8월의 크리스마스 - 서툴지만 잔잔하게 스며드는 사랑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 다림과 정원

1998년 1월 24일 개봉했던 ‘8월의 크리스마스’가 문득 생각이 나 다시 찾아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지만 왜 1월24일에 개봉한 걸까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잔잔한 사랑의 그리움을 안겨주는 ‘8월의 크리스마스’ 살펴봅니다.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정원은 2대째 초원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림은 주차단속요원으로 주차단속 때문에 사진 인화를 자주 해야 합니다. 어느 날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다녀온 정원은 지쳐하지만 다림은 정원에게 사진인화를 재촉하고, 짜증을 내던 정원은 잠시 후 다림에게 사과합니다. 다림은 사진인화를 하러 자주 초원사진관을 방문하게 되고, 정원이 동네아이들과 허물없이 노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정원은 주차단속하느라 힘든 다림의 모습을 보게 되고 사진인화를 하러 온 정원에게 선풍기를 쐬어주고 쉬라고 배려해 줍니다. 정원과 다림은 사진인화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되고 많이 친밀해집니다. 서로 농담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해지고, 다림의 독사진도 찍어줍니다. 사실 정원은 시한부입니다. 정원은 친한 친구 철구를 찾아가 술을 한잔하고 철구에게 자신이 시한부라고 고백하죠. 철구는 농담으로 여기지만 술기운을 빌어 정원은 울음을 터뜨립니다.

정원은 한 3대 가족의 가족사진을 찍어줍니다. 밤에 다시 할머니가 다시 정원을 찾아와 제사상에 놓을 사진을 다시 찍어달라고 합니다. 할머니 영정사진을 찍은 정원은 왠지 아버지가 측은해져 잠자리를 봐주고 아버지 옆에서 잠을 청합니다. 한면 아버지는 정원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달라고 하고, 정원은 자신이 없어도 아버지가 비디오를 볼 수 있게 설명을 해줍니다. 설명을 여러번 해줘도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정원은 화를 내고, 속상한 정원은 매직으로 비디오 설명서를 써놓습니다. 병원을 다녀온 정원은 사진관 현상기 작동법도 순서대로 써놓습니다.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열하는 정원. 그리고 이를 듣고 서있는 정원의 아버지.....

어느날 정원의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다림은 며칠째 초원사진관을 오지만 계속 문은 닫혀있습니다.. 다림은 전근을 가게 되어 사진관에 편지를 남겨놓습니다. 시간은 계속흐르고 전근을 가게 된 전날 계속해서 만날 수 없는 정원 때문에 화가 난 다림은 돌을 던져 사진관 유리를 깨버리죠. 죽기전에 사진관에 들른 정원은 다림의 편지를 발견하고 답장을 정성스레 작성합니다. 다림의 근무지를 찾아가지만 다림을 바라만 보고 돌아서게 되지요.

정원은 사진관에서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찍습니다. 그리고 정원은 죽음을 맞이하죠. 눈이 내리는 겨울 다림은 초원사진관을 찾아오고, 사진관에 놓여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웃으며 돌아섭니다.

내 기억 속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비하인드

전북 군산시에서 촬영된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은 군산시에서 복원하여 체험시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은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헤어진 여름과 겨울을 하나로 잇는 삶과 죽음의 의미로써 주목받았습니다

  리뷰

벌써 26년이 된 영화는 촌스러운 영상미에 이제는 잊혀져가는 사진관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다가 나중에 시한부를 선고받는 클리셰를 깨고, 영화 처음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주인공이 사랑의 추억을 조심스레 만들어가고 정리해 가는 이 영화는 잔잔하게 시작되어 잔잔하게 끝나게 됩니다. 그래서 억지스럽지 않고 천천히 조용히 가슴 속에 스며드는 사랑이 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삶과 죽음의 의미로 쓰였다고 알려지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8월에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이 나타나죠. 하지만, 제가 느끼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8월의 거리에서 주차 단속을 하며 더워하는 다림을 크리스마스의 겨울의 시원함으로 어루만져 주고 싶은 정원의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따스함을 알기에 다림은 자신을 찍은 정원의 사진을 보고 미소 짓게 되는 것이겠지요.